2017년 1월 17일 화요일

고양이는 요물, 다그쳐서는 안된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잘모르겠지만,
밖에서 알아서 잘 크는 고양이, 일명 도둑고양이라 불리는 길고양이는 정말 요물이다.

아주 오래전 이런일이 있었다.

우리동네에는 길고양이가 많다.
사람을 겁내는 고양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고양이도 있다.
지붕위나 양지 바른곳에서 햇볕을 쬐기도 하고,
쥐를 잡는지? 알 수 없지만 구멍앞에 하루종일 있기도 하고
차 밑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밤이되면 냐옹냐옹 시끄럽게 울기도 한다.

그런 고양이들을 위해
다시마와 멸치로 다시 육수 물을 낼때면
육수가 다 우러나온 멸치는
집 마당 한켠의
작은 그릇에 담아두곤 한다.

그러면 길고양이들이 담벼락과 옥상을 넘나들어
마당으로 와
멸치를 모두 먹곤 했다.

물론 멸치를 먹는 모습을 보진 못했지만
수북했던 멸치는
그 다음날이면 깨끗한 빈그릇이 되어있었다.

고양이는 보은. 은혜를 갚을줄도 알며, 악물. 원수를 갚을줄도 안다고 한다.

하루는 집앞 전봇대 전선에
산비둘기가 내려앉아
하루종일 꾸욱꾸욱 하고 울어댔다.
마치 짝을 찾기라도 하듯 울어댔지만
바로 집앞 전봇대라, 여간 시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훠이~ 훠이~ 하고 쫓아보았지만
비둘기 녀석 사람을 무시나 하는듯.
잠깐 조용하더니, 또 다시 계속 몇일이고 울어댔다.

그런데, 몇일 후 였나? 비둘기 울음 소리가 나지 않는것이다.
다른곳으로 갔나보다 하고 생각한 순간
으아~ 놀라움을 금치못할 일이 생겼다.

집앞 대문 바로 앞에
몇일이고 울어대던 그 비둘기가
배를 내밀고 뒤집어 죽은채 있는것이다.

비둘기 사채에는 비둘기 피로 보이는 혈흔과
송곳으로 뚫은듯 보이는 구멍 두개가 보였기 때문이다.

깜짝놀라 비둘기 사채를 얼른
보이지 않는 다른 먼 풀숲으로 옮길때
노란색 길고양이가 담위 난간에 있다가
냐옹~ 하며 인사 하듯 말하곤
담 넘어로 사라졌다.

아마도 길고양이는 그동안 준 멸치가 고마워
은혜를 갚으려고 비둘기를 사냥 한것같아 보였다.
"고양아 고맙지만, 네가 준 비둘기를 먹을 순 없단다."

그리고 또 이런일이 있었다.

이곳 동네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상인과 어부들이 많이 왕래하였고,
배와 복숭아 밭이 많았고 그리고
고양이가 많은 동네였다고
향토 사료 고문헌 책에서 보았다.

그래서 일까?
고양이가 정말 많다.
일본 같았으면
고양이 신사 같은게 있을법할 만큼
고양이가 정말 많다.

감사하게도
이런 우리동네에는 길고양이에게 고양이 사료나
생선 멸치 같은 음식을 나눠주는 분들이 종종 계시다.
물론, 어느동네나 마찬가지겠지만
길고양이를 보면, 죽일듯이 달려들어
돌을 던지고 침을 뱉으며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상하게도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몇개월 후
그 돌을 던지고 욕을하던 사람의 집에서 암 환자가 생겨 버렸다.

길고양이는 겨울~봄 사이에
아기고양이들이 많이 태어난다.

아기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고
다가가 데리고 오는건 정말 하면 안된다.

그 모든걸 어미 고양이가 지켜보고 있고
사람손이 탄 고양이는 바로 죽여버리기 때문이다.

한때 고양이 사료 20kg 을 사서,
길고양이에게 나눠주곤했는데
유달리 잘 따르는 검정색 고양이가 한마리 있었다.

아마도
그 고양이의 아비 고양이와
인연이 있어서 이지 않을가? 싶은데

그 아비 고양이도 검정색이었고
초록색 눈을 가진 고양이였다.

그 만남은 이랬다.
하루는 집 앞 텃밭에서 실례를 마친 고양이가
흙 구덩이를 덮고 있는것을 목격했다.

"안녕?" 이라고 말하자
고양이는 대답이라도 하는듯 "냐옹~" 이라고 말하여
꼬리를 세우고 다가오더니
머리를 비벼댔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낯설지않게 구는 모습에
신기했는데, 그 이후로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몇년후
집앞 음식물 쓰레기통 근처에서
새끼로 보이는 검은 고양이를 보았다.

턱시도를 입은듯한
검은 고양이는 잘 없는데
아마도 몇년전 그 검은고양이의 새끼인듯 했다.

매우 배가 고팠는지
낯선사람을 보고도 "냐옹~"만 거리며
킁킁 대며 음식물을 찾는 모습이 가여워

집에 있던 닭고기맛 소세지를 나눠준게 인연이 되었는지?
그 이후로 나만 보면
어디선가 나타나 "냐옹~" 거리며
머리를 비비곤 했다.

고양이와 놀다가
내가 다른곳으로 갈만하면
바지를 잡고 놓아주지 않거나
신발위에 올라가 움크려 자곤 했고
졸졸 따라다니며 집안까지 들어오려했다.

그런 고양이가 귀여워
그래서 고양이 사료를 사서
매일 종이컵 한컵씩 나눠주곤 했다.

그런데, 그 소문이 어디까지 났는지
동네 고양이란 고양이는 다 몰려온듯
사료줄 시간만 되면, 이색저색 별별 고양이들이 다 몰려와
때로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몇개월 후 그 새끼 고양이는 엄청 커졌고
그 턱시도 고양이를 따르는 고양이 무리가 생겼다.
아마도 턱시도 고양이가 대장이 된듯해 보였다.

턱시도는 아니지만
코에 점이난 까만 어린 고양이도
턱시도 녀석을 유달리 따라다녔는데

어느날
고양이에게 소세지를 나눠주던 찰라
어린 까만 고양이 녀석이 사람을 경계하던 탓인지
소세지를 주던 내 손을 할켜 피가 났다.
아야! 너 이녀석 너때문에 피가났잖아! 라며 핀잔을 주자
아랑곳하지 않고 소세지를 쳐묵쳐묵 그걸
빤히 쳐다 보는 턱시도 고양이

몇일 후

집에서 50m 쯤 떨어진 곳에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어 신고를 하였다.
까만 고양이 였는데, 턱시도는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몸집이 작은 까만 고양이었다.
아마도 피가 나도록 할킨 그 고양이 인듯 보였다.

왜냐하면
그날 이후로 그 작은 까만 고양이는 볼 수 없었고
턱시도 고양이는 매우 화가 난듯한 얼굴로
딱 한번 모습을 보이곤, 다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는 수명이 짧다. 한 3년도 안되는듯 하다.
매번 보이던 고양이도 몇년후면 보이질 않고
새로운 고양이들이 보인다.

이렇게 고양이가 많은 동네이지만
저 사건 말고는
이때까지 고양이 자연 사체를 본적은 없다.

길고양이는 죽을때가 되면
사람이 볼 수 없는 곳으로 가
죽음을 맞이하는듯 하다.

고양이는 정말 영물이다. 라는 말이 괜히 나온말이 아닌듯 했다.
고양이는 은혜를 갚을줄도 알고, 원수를 갚을줄도 안다.

고양이 앞에서는 사람이 되었든 동물이 되었든
다른이에게 핀잔을 주거나 하면 안된다는것도 알게되었다.
고양이의 사고 방식을 알 수는 없지만, 알면 알수록 재밌는 동물임이 틀림없다.

일본 고양이와 한국 고양이의 차이점이라면
일본 길고양이는 사람에 대해 무관심 그자체이고
한국 길고양이는 사람을 무서워 피해 다니지만, 한번 마음을 열면 정말 귀엽다.

일본의 길고양이는
귀엽다. 귀엽다. 하고 만지고 쫓아가고 하는 사람에게
무관심한 눈빛으로 쳐다보거나
귀찮은듯한 반응을 보인 후,
느긋하게 자리를 옮긴다.

한국의 길고양이는
사람을 보면 도망가기 바쁘다.
귀엽다. 하는 사람도 없거니와, 돌맹이나 안맞으면 다행이기 때문.
일본처럼 관심은 아니더라도 돌맹이는 받지 않는 한국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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