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가 있는 새벽 버스를 탔다.
새벽 일찍 일어나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출근해야 하는, 버스남이지만
아침의 활력소, 나만의 바카스와 같은 그녀를 볼 수 있어 오늘 하루도 상괘하다.
이렇게나 추운 1월 겨울 아침 7시, 모두가 잠에 취해 있는 버스안에서
나 혼자, 미소를 짓고 있다.
일본에는 인생에 3번의 모테키( モテ期 )가 있다는데, 내게도 사랑이 찾아올까?
내 나이 35 아니 이제 곧 36...
연애 경험 2번, 5년 넘도록 계속 혼자였다... 그렇다고 마법사는 아니다.
내생에 이번이 마지막 사랑이다.라는 각오로 그녀에게 고백을 해 보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저만치 멀리서 그녀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찌질한 버스남, 게다가 흙수저... 무리인가?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면?, 더 이상 이 시간대, 이 버스는 못타게 되는걸까?
집에서 회사가는 버스는 이것 하나 뿐인데...
괜히 말을 했다가, 스토커같이 무섭다며 더이상 버스를 안타게돼 못만나게 되는건 아닐까?
어떻게 첫 말을 걸지? 무슨말을 할까? 어떤말을 건내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그녀가 달리는 버스에서 일어나 뒷문으로 걸어간다. 나도 곧 뒤따라 그녀 옆으로 다가갔다.
몇분 후면 그녀와 다른 버스를 탄다... 아쉽다...
하루종일 내삶의 활엽소와 같은 그녀를 조금이라도 더 눈에 익혀두기 위해,
눈으로 사진을 찍는다.
구김없이 밝고 씩씩하게 자라온듯한 또렷한 이목구비와 맑고 예쁜 큰 눈
긴 검은 머리, 검은색 바지, 분홍색 코트, M브랜드의 작은 가방, 낮은굽의 단화.
네일이나 매니큐어를 하지않아, 깔끔하게 정돈된 손톱과 반지없는 손.
가까이 다가가니 L 브랜드의 샴푸 향기가 난다. (두근두근♡)
뒤따라 오는 버스를 확인하더니, 오른손가락으로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긴다. 헉! 내 심장;
흔들리며 멈춰서는 버스탓에 그녀의 몸이 내 손에 닿았다.
"하차입니다"
그렇게 갈아타는 정류소에 그녀와 함께 내렸다.
버스를 갈아타는 모습까지 지켜본 후 그녀가 사라지자, 그녀의 샴푸 향기도 함께 사라졌다.
아쉬운 마음으로 계속 그 버스를 응시한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 한 코스를 더 와버렸다...;;
원래대로라면, 직전 정류장에서 내렸어야 하는데
오늘은 왠일인지 그녀가 한코스를 더 와서 내린것이다.
왜에? 나때문인가? 뭐지? 무슨 의미지? 눈치 챈건가?
별별 생각이 다들면서, 한 정거장을 더 와버렸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오늘도 같이 내렸고,
내가 갈아탈 버스는 한정거장을 걸어서 되돌아 가야만한다.
내일도 볼 수 있었으면,,, 아니 오늘 저녁 퇴근하는 버스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기대와 함께... 아침부터 뛰었다. 군대 이후로 처음이다.
그리고 버스를 갈아탔다. "환승입니다"
내게도 사랑이 찾아올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