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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중앙일보 JTBC 회장 원광학원 특강 전문

나라를 위한 10가지 소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귀한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을 위해 온 힘을 쏟고 계신 존경하는 김도종 총장님과 교직원분들의 정성과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 무슨 말씀을 드릴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지덕겸수 (知德兼修) 도의실천 (道義實踐)’ “인류 발전에 필요한 이론을 연구, 교수하고 덕성을 함양하고 도의를 실천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인재를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원광대학교의 교훈을 제 나름대로 이렇게 풀어보았습니다. “시대를 정확히 관통하는 지혜와 덕성을 겸비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창의적인 실천가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시대를 관통하며 극복해 나가는 지혜는 어디에서 나올까요? 그것은 바로 경청을 바탕으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경청 (傾聽). 기울 경, 들을 청. 경청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닙니다. “몸을 낮추고 귀를 기울여 마음을 열고 듣는 것” 입니다. 경청하지 않고 시대의 정신을 읽을 수 없음을 절감합니다. 오늘은 제가 그 동안 시대의 변화를 위해 나름의 소신으로 밝힌 ‘제3의 개국’ 이나 ‘매력국가론’ ‘남북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대신 절박한 시대인 만큼 여기저기서 나오는 수많은 의견과 바람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교육 현장에 계신 여러분들께서 이 시대를 관통하고 미래를 열어갈 실천가를 교육하는데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는 자료가 되길 희망하면서 제가 경청을 통해 듣고 느낀 이 시대의 요구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이야기도 들으려고 합니다.

저는 요즘 중앙일보와 JTBC에서 진행하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를 비롯해 여러 학자,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광화문광장의 촛불 집회와 서울광장의 태극기 집회를 보면서 많은 반성과 함께 서로 다르지만 함께하는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국민이 여러 가지 이유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분노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분노한 다음날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분노의 열기를 하루빨리 상생과 번영의 활력으로 전환시켜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는 외환위기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기업과 자영업자·서민·청년·노인 분들은 외환위기 이후 요즈음이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현대 사회의 메가 트렌드는 정보화 · 세계화  · 다양화로 요약됩니다. 세상은 ‘개방적 유연사회’로 변모되어 왔습니다.

그 결과 어느 기업가의 말처럼 ‘넓은 세계에 할 일도 많아야’ 하는데 오히려 ‘넓어지는 세계에서 할 일이 줄어드는’, 그래서 삶이 점점 더 고통스러워지는 역설적 현상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근래 들어 매우 엄중해지고 있습니다. 나라 안팎으로 위기가 중첩되어 태풍처럼 휘몰아칠 듯한 실로 비상시국, 대위기 국면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엄청난 위기 국면을 넘어설 수 있을까. 그러려면 근본부터 바뀌어야 되는데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근심은 깊어 가고 불면의 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의 지혜를 얻고자 원로 분들과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었습니다. 또 많은 사람을 만나 경청에 경청을 거듭했습니다. 오늘 저는 경청의 내용 가운데 국민의 소망을 열 가지로 개괄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국민의 소망 가운데 첫 번째는, 여야 대선 주자들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나라의 장래에 무엇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대화하고, 나라를 위해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현란하고, 때로는 국민을 현혹하는 공약 제시보다 더 급한 게 있습니다. 여야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는 몇 가지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대선 일정과 무관하게 2월 국회, 3월 국회에서 법안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국민은 말보다 실천을 보고 싶어합니다. 예를 들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신산업의 규제 철폐 및 육성방안 등 몇 가지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두 번째, “개헌과 대연정으로 대통합을 이루어 국가 시스템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독일이 강한 것은 히든 챔피언보다 예측 가능한 나라를 만든 연정 시스템 덕분입니다. 영국은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연정을 했습니다. 미국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라이벌뿐 아니라 자신을 조롱한 인물까지 내각에 기용한 용기를 배워야 합니다.

세 번째, “대통령 권력을 나누는 개혁을 해야 한다”, 그 가운데 “총리와 내각에 인사권 등 많은 권한을 할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많은 분들이 의견을 모았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임금께 간언하는 언관(言官)과 공정한 인사를 위한 삼망(三望) 제도 등 훌륭한 시스템이 작동했습니다. 소통을 위해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도 개조해야 합니다. 백악관처럼 대통령과 참모들이 가까이서 어깨를 맞대고 일할 수 있도록 재배치해야 합니다. 우리 청와대 본관은 백악관의 웨스트윙보다 큽니다. 이 쉬운 결단을 진보·보수 어느 대통령도 못했습니다.

네 번째, “정당과 정치인의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정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만 보고 소신껏 말하고 일하는, 실력 있는 인물이 살아남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정당과 국회의원의 기초의원·기초단체장 공천권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지방정부는 국가 예산의 60%를 사용합니다. 5000억원을 쓰는 단체장은 민간으로 보면 매출 5조원 정도의 CEO입니다. 국회의원 하부 조직원이 아니라 민생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단체장이 나와야 합니다. 지방자치가 정당과 국회의원의 하부조직이 아니라 민생의 최전선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국회의원은 특권을 버려야 합니다. 지난해 영국 하원의 조니 머셔 의원은 런던의 비싼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보트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국회의원의 봉급·차량·비서진 등 처우 수준도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처럼 낮춰야 합니다.

선거구제도 개편해야 합니다. 독일 통일을 이룬 헬무트 콜 총리는 지역구에서 한번 밖에 당선되지 못했습니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일본이 소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난 후 큰 정치인이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이제 우리 국민은 중앙에서도, 지방에서도 유능한 정치인을 가져야 합니다. 위대한 정치인을 가질 때가 됐습니다.

다섯 번째, “새 정부에서는 행정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행정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첫째, 새로운 정책 도입을 주저하지 말되 시범 사업 후 전국 확산이라는 안정적 개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과감한 혁신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경제자유구역입니다.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은 말뿐 경제자유가 없습니다. 중국의 경제자유구역은 우리보다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혁신을 하되 갈등을 줄이는 묘수를 찾아내야 합니다. 중국의 점·선·면 전략을 배워야 합니다. 즉, 하나의 시범 사업을 통해 성과의 양면을 보고 수정하여 전면적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둘째, 공장 세우는 데, 투자하는 데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하는 정부의 인허가 업무와 정책을 분리하는 게 시급합니다. 인허가 장애 때문에 3, 4년씩 걸려서는 나라의 장래가 없습니다. 많은 행정 전문가가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안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인허가 전담부서를 두고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일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허가 시스템의 뿌리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핀테크도 뒤지고 있습니다. 드론산업도 뒤지고 있습니다. 모두 기득권을 지키는 인허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법이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신기술이 나오면 먼저 시행하고 오류를 바꾼다는 전향적인 행정만이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참 많았습니다. 규제개혁위원회가 20년째 해도 성과가 적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업인과 공직자의 공통된 생각이었습니다. 셋째, 정부 사업에 대해 평가하고 책임지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전임자의 정책 중 핵심적인 것, 예산이 투입된 것은 계속 추진해야 합니다. 넷째, 능력 있는 인사들의 기용과 꾸준한 재교육이 나라의 장래를 좌우합니다. 공직 인사는 실력 중심, 평가 중심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인사는 만사입니다. 일정 직급 이상은 업무 후 연수기간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연수기간에는 그간 잘한 점, 부족한 점을 평가해야 합니다. 다섯째, 국민의 다양한 제안과 에너지를 행정 혁신에 접목시킬 온라인 정무장관이 필요합니다. 밀실 행정이 아니라 대통령이 각료들과 함께, 또 각료들이 야당 정치인, 전문가, 시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의사 결정하는 행정의 구현이 진정한 협치입니다.

여섯 번째, 경제는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국민과 기업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기업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경제는 나라의 근본입니다.경제 상황을 실시간 체크하고 대응할 수 있는 비상체제로 돌입해야 합니다. 핵심 중의 핵심은 일자리입니다. 한국은행도 물가 뿐 아니라 고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행정은 물론이고, 예산을 집행할 때도 고용창출 목표를 정해 일자리를 늘려가야 합니다. 또 재벌을 개혁해 대기업도 건전해지고 미래산업이 탄생하도록 해야 합니다. 일감 몰아주기, 갑질 횡포를 근절해야 합니다. 재벌과 협력업체 간의 관계가 독일 등 선진국형으로 바뀌어 히든 챔피언이 나와야 합니다. 1000개의 히든 챔피언이 나오면 일자리, 기업 간 임금격차 등 많은 문제가 풀릴 것입니다. 젊은이가 도전하고, 창업하고, 성공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중국의 선전(深?), 중관춘 (中關村)처럼 혁신의 메카들과 젊은이들의 꿈이 연결되도록 해야 합니다.

네이버·카카오 등이 출현했지만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와야 합니다. 실리콘밸리 180만 명이 일군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7조6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5100만 명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1조4000억 달러의 다섯 배를 넘습니다. 우리도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으면 몇 번이고 실패하더라도 마침내 성공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학이 중심이 되어 정부·기업·연구소가 힘을 합쳐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4차 산업혁명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중요한 도전 과제입니다.

일곱 번째, “새 대통령은 세금 집행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새겨들어야 합니다. 수백억 원을 들인 새빛 둥둥섬은 그저 둥둥 떠 있기만 합니다. 수조원이 들어간 새만금은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천억 원이 들어간 지방공항은 이용객이 적어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이 축제인데 아직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시죠. 지자체는 빚이 많은데, 청사는 나날이 새 건물로 바뀌고 있습니다.

보도블록은 수도 없이 뜯겨 나가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생활보호대상자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선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추운 겨울을 냉골에서 지내는 노인 분들도 계십니다. 민간 회사라면 이런 돈 낭비와 비효율은 어림없는 일입니다. 자기 돈 같으면 그렇게 쓰겠습니까.

지갑에 한번 들어와 보지도 못하고 원천징수라는 명목으로 빠져 나간 국민의 세금입니다. 세금을 쓰는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어야 합니다.

여덟 번째, “교육에 나라의 장래가 달려 있다”는 목소리입니다. 학생부터 부모, 학자, 국가 원로 분들까지 한 목소리로 “첫째도 교육, 둘째도 교육”을 강조했습니다. 아이도, 학생도, 선생님도, 학부모도 녹초가 되었습니다.  중산층은 노후 준비를 포기하고 아이들에게 인생 전체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키웠건만 좌절이 너무 큽니다. 살인적인 교육 환경 때문에 아이 낳기가 무섭습니다. 문명 중심에는 늘 학교가 있었습니다. 그리스에는 플라톤의 아카데미가 있었습니다. 중국에는 태학, 공자의 학교가 있었습니다. 르네상스에는 살라망카 대학이 있었습니다.

산업혁명에는 영국 왕립아카데미, 옥스퍼드가 있었습니다. 미국에는 하버드 목사가 세운 하버드, 실리콘밸리를 만든 스탠퍼드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미국의 힘은 교육의 힘입니다. 교육에 국가 최우선 순위를 두고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최고의 선생님이 학교로 오고, 최고의 교육 시스템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살고, 선생님들도, 학교도 사는 길입니다. 아이를 낳아 가정이 유지되고 나라가 바로 서는 길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이 일류가 되려면 교육이 일류가 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국가 최대의 개혁과제입니다. 교육은 정책의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다양한 합의가 있어야 개혁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가장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세계 최고의 교육방안을 찾아내기 위해 몇 가지를 생각해 봅시다. 우선 지능의 80%가 0세부터 8세 사이에 결정된다고 합니다. 천재는 5세 이전에 발견되어야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0세부터 8세까지를 맡는 최고의 선생님이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들의 처우를 개선해  주고, 최고의 교원 충원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아울러 국가의 모든 공유 재산을 교육에 최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학교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기능은 많이 바뀔 겁니다. 이미 온라인상에 수많은 학교와 지식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전문가가 아이들 수업에 동참하도록 하고,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과 혁신학교가 만들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대학은 인근의 초ㆍ중ㆍ고와 연계되어야 합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나라는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닙니다. 교육부는 대학에서 손을 떼고, 최고의 인재가 교육 현장에 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교육자치와 지방자치를 통합해 지방정부의 돈이 교육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합니다.

청사는 나중에 지어도 되는 것 아닙니까. 도로는 나중에 닦아도 되는 것 아닙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국가 지도자가 나라의 명운을 걸고 교육에 매달려야 합니다.

아홉 번째, “강한 군대로 자주 국방력을 키우고, 유익한 군대로 만들어 청년들의 땀과 시간을 소중히 쓰게 하자”는 목소리도 큽니다. 우리도 이제는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침략 저지를 위한 결정적인 방위 무기와 국방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또 군대 다녀온 게 허송세월이 아니라 청년들 인생에 도움이 되도록 바꿔야 합니다. 군 경험을 미래에 대한 투자로 여길 수 있도록 바꿔야 합니다. 강하기로 소문난 이스라엘의 군대는 벤처의 훈련기지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못 할 게 없습니다.

마지막 열 번째는 “한시도 통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입니다.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멀미를 하지 않습니다. 동북아 평화, 한반도 통일의 운전대를 우리가 잡읍시다.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역사학자와 종교 지도자 분들의 말씀입니다.

“서독의 동방정책은 분단을 기정사실로 하는 정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상호신뢰 증진을 위한 분단 정책이 통일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양극단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 양극단은 통일 지상주의와 북한 고립을 통한 붕괴론입니다.” 학계 전문가들의 말씀입니다.

“통일은 인구 8000만 나아가 인구 1억의 한반도가 탄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일보다 인구가 많은 나라가 탄생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많은 분들의 절절한 목소리입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첫째, 가장 먼저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합니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합니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말했습니다. “대화를 구걸할 생각도 없지만 대화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 합니다. 퍼주기 시비, 뒷거래 시비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지지가 있어야 합니다. 4대 강국의 지도자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큰 관심을 보여준 교황께도 호소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통일의 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과 역대 유엔 사무총장들이 북한을 통과하여 판문점을 거쳐 평창으로 성화를 봉송하는 프로젝트를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금강산과 DMZ 사이에 세계 평화관련 기구를 유치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에 세계의 자본을 유치하여 국제평화공단을 설립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파생적으로 수도권 규제완화의 효과를 낳기도 할 것입니다.

셋째, 경제와 문화를 교류해야 합니다. 이는 긴 시간에 걸쳐 꾸준히 진행해야 하는 일입니다. 중국과 대만 수준의 경제교류를 지속해야 합니다. 마셜 플랜은 전범국이던 독일을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흥시킴으로써 유럽의 기틀을 다시 세우는 데 공헌했습니다.

넷째, 동북아 경제협력, 환경협력, 문화협력의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주변 강대국이 모두가 축복할 때 통일은 가능합니다. 그 시기와 과정은 우리가 만들어내야 통일이 가능해집니다.

지금까지 제가 경청을 거듭하면서 이해한 국민의 소망을 열 가지 정도로 개략적으로 소개해 보았습니다. 하나 하나 큰 이슈이고 합의를 거쳐 실행에 옮기는 것은 더 큰 일이지만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 지나쳐서는 안 되는 문제들입니다.

지금부터는 우리가 당면한 몇 가지 중요한 명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첫째가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입니다. 대한민국은 GDP 1조4000억 달러의 세계 11위 경제대국입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8000달러로, 3만달러의 벽 앞에 벌써 10년 넘게 정체해 있습니다. 싱가포르가 10년 전 2만8000달러에서 지금 5만6000달러로 훌쩍 성장한 것에 비추어 볼 때 무언가 잘못되어 있음을 알 수 있죠. 무엇이 문제일까요? 우선 규제 · 폐쇄성 등 정책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원인이 있죠. 미국 정치경제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지적했듯이 이른바 신뢰(Trust)라는 사회적 자본의 결여입니다.

자,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봅시다. 검사가 기소를 하면 무언가 정치적 이유가 있을 것이라 의심합니다.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법부가 불신을 받고 있는 거죠. 블랙리스트는 또 어떻습니까. 정부가 문화인을 좌우와 내편, 네편으로 갈라서 관리한 거죠. 정부 인사나 세월호 참사, 개성공단 폐쇄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지만 각료나 청와대 수석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여야 정치인이나 언론도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는 할 수 없죠. 또 기업은 세무조사 등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부당한 압력에 굴복했습니다. 이러한 관행이나 행태, 문화가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3만 달러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이번에는 우리 모두가 자신을 둘러보고 고쳐나가야 합니다. 지도자를 잘 뽑고 감시해야 합니다. 학자들이 적시한 선진국의 공통요인(Frontier technologies)이 몇 가지 있습니다. 법 제정의 효율성과 사법부의 독립성, 정책 결정의 투명성, 부패 방지의 수준, 정치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성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 즉 신뢰가 서지 않을 때 선진국 진입은 어렵습니다.

창피한 통계를 하나 말씀 드리겠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사법부 독립성 69위, 정부정책 결정 투명성 123위, 정치인 신뢰도 94위입니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리 정치문화는 타협과 협치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뻔히 답을 알고도 포퓰리즘, 이념지상주의,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나라를 걱정하기보다는 다음 선거를 걱정합니다. 이번에도 대선 놀음에 서비스 분야의 규제를 푸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며 노동개혁을 위한 노동관계법, 드론ㆍ자율주행차 등의 규제를 풀어줄 규제프리존 특별법 등 일자리를 늘리고 미래에 대비하는 민생법안 처리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한가한 때가 아닙니다. 청년실업자 43만 명에 각종 시험 준비생과 대졸 유예자 등을 합치면 모두 80만 명 넘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능혁명으로 불리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일자리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융복합 기술의 발달로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많은 직업군이 존재 자체를 위협받고 있고, 그 결과 새로운 일자리보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더 많은 상황입니다. 일찍이 제러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예견한 현상입니다.

중진국 함정은 무섭습니다.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오랜 세월이 가면 중진국도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후진국으로 전락합니다. 아버지보다 못사는 자식세대가 출현합니다. 청년층은 무력감과 자포자기로 절망적 삶을 맞게 됩니다. 우리 사회의 3대 부조리, 즉 불공정 · 불균등 · 불확실은 불신·불만·불안을 낳고 이런 절망을 더 깊게 만들 것입니다. 하루속히 국가를 개조해 해결해야 할 우리 앞에 놓인 난제입니다.

두 번째는 남남갈등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이념·지역으로 갈라선 진영논리가 판을 칩니다. 줄서기를 강요하는 패거리 문화가 상존합니다. 요즈음은 전 세계가 이 모양입니다. 미국도 취임 한 달도 안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원불교법이 하루 빨리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 뿌리 내려야겠습니다. 저는 남남갈등의 뿌리에는 남북 문제에 관한 견해차가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이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좌우 정권이 일관되게 이른바 동방정책을 20년 이상 추진해온 덕분입니다. 한스 디트리히 겐셔라는 녹색당의 외상이 무려 18년간 복무하며 통일정책을 이끌었습니다.

우리는 동족상잔을 겪었고 120만 군대와 핵으로 무장한 북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합의하고 국민이 추인하는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적 관리 없이 지속적 경제번영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여야가 하나의 대북정책을 합의할 수 있을 때 주요 경제 이슈에 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고 우리가 당면한 일자리,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 난제를 타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 아이들을 후진국에 살게 할 순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후진국에서 시작해 지금 선진국 문턱에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후손들이 후진국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대통령 한 사람만으로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좋은 정책과 사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지긋지긋한 정쟁을 끝내고 여야가 힘을 모으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국가 통합이 생존 전략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분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이 나라의 미래는 더 어두워질 뿐입니다. 예수님도 "분열된 땅 위엔 아무 것도 지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는 것보다 중요한 게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국가의 시스템을 바로잡고, 남남갈등과 남북갈등을 극복하고 대통합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여러분, 지금은 태풍전야의 위기지만 기회이기도 합니다. 태풍은 바닷속을 대청소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모두가 힘을 모아 국가를 개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입니다. 저는 지난해 12월에 책을 한 권 냈습니다. 책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무척 고민하다가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라고 지었습니다, 이 말은 남아프리카 반투어로 하면 ‘우분투’라고 합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전하는 인사말이자, 우리는 함께 손을 잡고 힘을 합쳐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임을 알려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남남갈등, 남북갈등, 세대갈등, 당파싸움, 종교갈등과 민족갈등을 넘어 이 모든 문제를 ‘우분투’ 정신으로 함께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한 사람이 의미 있는 일을 하면 그걸 보고 주변 사람이 동화되어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합니다. 그렇게 고리와 고리로 단단하게 결속되어 나갑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지혜와 용기를 모아 이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우리가 함께하기에 내가 있다는 우분투 정신으로 함께 하길 바랍니다.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7年 2月 9日 木曜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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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 우분투 말하나? 싶었는데, 남아프리카 언어였구나..
이런분이 대통령이 되야 하는데, 대단한 분이시다.

출처 :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418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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